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은 고구려의 멸망 이후, 유민들의 삶과 고난, 그리고 새로운 국가 ‘발해’의 건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극입니다. 실제 인물 대조영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민족의 정체성과 강인한 민족성을 그려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작품입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되었으며, 총 134부작이라는 장대한 분량과 함께, 전쟁·사랑·정치가 어우러진 서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드라마 ‘대조영’의 핵심 줄거리, 고구려의 유산 계승, 그리고 발해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고구려의 후예, 대조영의 성장과 사명 (줄거리)
드라마는 668년, 고구려가 당나라에 의해 멸망하면서 시작됩니다. 대조영은 고구려 장수 ‘대중상’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강인한 정신력과 리더십을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나라의 멸망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그는,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며 점차 장군으로 성장합니다. 고구려 유민들은 각지로 흩어지고, 당나라와 말갈, 거란 등 주변 세력은 이 틈을 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 대조영은 유민들을 이끌고 당과 말갈의 연합군에 맞서 싸우며, 고구려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투쟁을 이어갑니다. 그는 동료 장군들과 함께 동모산 일대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우고, 수차례 전투를 통해 명성을 쌓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랑과 우정, 배신과 음모가 얽히며 극적 긴장감을 더합니다. 결국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계열 부족들을 통합하여 ‘발해’를 건국하게 되며, 이로써 고구려의 유산을 계승하는 새로운 국가의 창건자로서 역사에 남게 됩니다.
고구려 정신의 계승과 민족의 혼 (고구려)
‘대조영’은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고구려의 유산을 어떻게 계승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특히 고구려의 무사 정신, 패기, 독립 의식이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진하게 묻어납니다. 대조영은 패망한 민족의 후예로서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역사의 주체로 나섭니다. 드라마에서는 고구려의 붉은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전사들, 백성들의 고통 속에서도 지켜야 할 신념, 그리고 나라를 되찾겠다는 민족적 의지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고구려의 후예다”라는 대사의 반복은 정체성과 자긍심을 강조하며 감동을 자아냅니다. 이와 함께, 고려나 조선 등 후대 국가가 아닌, ‘발해’가 고구려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시선을 제공해 주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당나라의 강압, 내부의 배신, 부족 간 갈등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한 대조영의 모습은 현대에도 유의미한 울림을 줍니다.
발해 건국과 리더십의 가치 (발해건국)
드라마 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전개는 바로 ‘발해’의 건국입니다. 대조영은 끊임없는 전투와 외교 전략, 동맹과 협상의 과정을 통해 점차 기반을 다지고, 마침내 고구려 부흥의 꿈을 ‘발해’라는 실체로 현실화시킵니다. 698년, 그는 동모산에 도읍을 정하고 발해를 세우며 국왕으로 즉위합니다. 발해의 건국은 단순히 국가를 세우는 장면이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주는 서사입니다. 대조영은 강압적인 통치가 아닌, 민심을 얻고 다양한 부족을 아우르며 리더로서의 신뢰를 쌓습니다. 특히 말갈족과의 연합, 내부의 반란 진압, 당나라와의 군사적 대치 등은 그의 정치적 능력을 부각시키는 장면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힘만이 아닌, 설득과 인내, 그리고 이상을 품은 리더가 나라를 세운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됩니다. 결국 대조영은 단순한 장수가 아닌, 비전 있는 건국 군주로서 그려지며, 그가 세운 발해는 이후 동북아시아의 강국으로 자리 잡습니다.
‘대조영’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넘어, 고구려 멸망 이후의 혼란 속에서도 민족의 자긍심과 독립 의지를 지켜낸 위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대하사극입니다. 고려나 조선 이전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면, ‘대조영’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라는 연결 고리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역사와 인간, 국가와 이상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지금 다시 봐도 큰 울림을 주는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