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정치, 미디어, 여성 서사, 풍자를 교묘하게 엮은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기존 정치 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른 시선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을 해부하며, 웃음과 통찰을 동시에 안겨주었죠. 본 리뷰에서는 이 드라마의 독창적인 스토리 구조, 날카로운 풍자 코드, 그리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정치풍자와 블랙코미디의 균형감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표현 자체가 주인공의 분노와 체념, 그리고 아이러니한 결단을 담고 있죠. 실제 줄거리도 그만큼이나 기묘하고 유쾌합니다. 주인공 ‘이정인’(김성령 분)은 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남편의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집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사건을 기회 삼아 대권 도전까지 나서게 되는 인물입니다.
이정인의 움직임은 현실 정치인의 전략을 풍자하면서도, 권력이라는 기묘한 무대 위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 공인의 사생활, 여론 조작, 성별 권력 문제 등 실제 한국 정치가 직면한 이슈들을 유머와 패러디로 녹여내며 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위기 상황에서 하는 말, 언론 플레이, 국민 앞에 선 연출된 모습 등은 현실 속 수많은 사례를 떠올리게 해 주며, 블랙코미디의 매력을 극대화합니다. 웃으며 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생각하게 만드는 유머’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전개 방식
드라마는 총 1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편 한 편이 마치 풍자적인 정치 단막극처럼 전개됩니다. 다큐멘터리적 화면 구성, 다층적 내레이션, 캐릭터의 카메라 응시, 그리고 대중 매체 속 클리셰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연출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을 줍니다.
이정인이 정치 초보에서 대권 주자까지 성장하는 여정은 단순한 ‘성공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타협하고, 기만하며, 스스로를 연기하는지를 보여주는 ‘탈진실 정치’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별로 터지는 사건들은 ‘소문’, ‘성명서’, ‘포토라인’, ‘기자회견’ 등 매우 현실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청자는 지금 이 순간 뉴스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됩니다. 이는 스토리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는 점점 더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이정인의 내면적 변화와 정치판의 생리를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 단순한 풍자를 넘어서,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는 드라마로 진화하게 됩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력
무엇보다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특별하게 만든 요소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 이정인은 단순히 희화화된 여성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는 억울함, 야망, 상처, 냉소, 전략을 모두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김성령 배우의 연기력은 이 복잡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 외에도 이정인을 둘러싼 보좌관, 기자, 남편, 정당 대표 등 다양한 인물들이 단순한 조연이 아닌, 각각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지닌 ‘정치 생물’로 등장합니다. 특히 언론인 캐릭터는 한국 미디어의 이중성, 정치와의 유착 관계,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사적 욕망까지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선과 악으로 이분화되지 않고, 현실 정치처럼 회색지대에서 서로를 밀고 당기는 구조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극의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대사 전달력은 이 작품을 ‘리얼풍자극’의 정점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코미디와 풍자,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해석한 사례는 드뭅니다. 웃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들, 그리고 가짜 같지만 너무도 진짜 같은 대사들 속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정치는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드라마는 반드시 시청할 가치가 있습니다.